2009년 10월 9일 금요일

한글날 맞이 특별 포스팅 - 정확한 한글식 영어표기의 필요성

 지금부터 쓰는 글은 제대로된 한글식 영어표기법을 만들자는 것이지, 한글의 외래어표기법 자체를 바꾸라는 주장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서론 : 발음이외에 영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

 

 영어 공부를 하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음의 저주"라는 걸 느끼게 된다. 현대 한국어에는 존재하는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몇쌍의 자음 발음들과 미국인(혹은 적어도 서구문화권)이 아니면, 도저히 알수 없는 관습적인 발음조합들, 소위 슈와라고 하는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모음 발음 등은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을 절망의 구덩이에 던져넣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서,한국과 미국은 문화가 다르고 의식주가 다르다. 가스렌지와 전기밥솥으로 조리해서 수저로 떠먹는 한국인의 식사와 오븐과 토스트기를 이용해서 조리하고, 포크와 나이프로 찍어먹는 미국인은 밥먹는 모습자체가 다르며, 온돌위에 이부자리를 깔고자는 한국인과 난방기를 켜놓고 침대위에서 자는 미국인은 잠자는 모습도 다르다. 이 말은 결국 삶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수 있는 언어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미국인과 한국인의 식사모습을 영어 혹은 한국어로 설명한다고 생각해보라. 뱃속에 집어넣었다는 부분 말고는 겹치는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영국인과 미국인을 생각해보자, 미국과 영국을 갈라놓고 있는 그 엄청난 거리차에도 불구하고, 먹고 입고 자는 모습은 거의 동일하다. 이건 심지어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유럽국가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어가 다르더라도, 문화가 유사한 나라들은 서로간의 언어를 거의 1대1로 대응시킬수 있다. 한국어 "밥"하고 일대일로 대응시킬수 있는 영어단어는 뭘거 같나? rice일까? 이건 그냥 쌀이다. 그러면, steamed rice일까? 어건 그냥 찐쌀이다. 밥이 찐쌀로 번역되는게 합당한가? 실제로 한국에 식당용으로 수입되기도 하는 중국산 찐쌀은 밥을 하기위한 재료일 수는 있어도 밥은 아니다. 그럼 형태는 달라도 의미상 유사한 bread일까? 당연히 빵은 밥이 아니다. 그러니 남는 선택은 baap뿐인데 이렇게 쓰면, 미국인은 당연히 못알아 먹는다. 밥을 본적이 있어야 알아먹겠지. 언어의 1차 목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일본어와 중국어, 동남아시아계 언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이나라들에는 밥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단어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아마 미국과 동일한 문화권에선 bread와 일대일 대응하는 단어들이 존재하겠지.

 

 소위 미드(미국드라마)를 감상하거나, 미국 노래를 듣다보면(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표현들을 적어도 하나 이상 씩은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은 문화적 이해가 따로 필요한 구절들이다. 예를 들자면, 기독교문화권인 나라에서는 성경표현이 일상어에 많이 섞여있다."The writing is on the wall. (다니엘서)"는 기독교를 안 믿더라도 기독교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있거나 거기 속해있는 사람이면, 문자 그대로의 뜻과는 완전히 다르게,종말이 다가왔도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권에 속한 외국인에게 "찰나,아수라장,금강산"같은 불교식 표현이나 명칭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 문화적이해가 필요해서 들어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슬랭이나 종교적표현 등)은 소위 불가에서 말하는 "타심통"이라도 익히지 않는한, 때려맞추는 수 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아니면, 미드나 팝송감상,어학연수 등을 통해서 미국문화에 조금이라도 가까와지려고 노력하든가. 그러니까, 앞으로 쓸 부분에서는 이건 논외로 하겠다.

 

 

- 본론 :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영어사전 -

 

 

1. 사전 발음 자체의 문제와 헤깔리는 발음 조합들

 

 내가 영어사전 편찬자들에게 꼭 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바로 이거다. 사전에 있는 한개의 발음 기호가 정말로 한가지 방법으로만, 소리나는 게 맞느냐는 거다. (일단 한국인이 혼동하기 쉽다는 b,v : r,l : f,p : g,z 네쌍의 자음 구별방법은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알파벳 첫번째 자음인 b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bus의 b는 발음기호상으로도 b다. beauty의 b와 발음 기호상으로 완전히 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발음해보면 bus는 버스가 아니라 뻐스로 발음되는 반면, beauty는 쀼티가 아니라 그냥 뷰티로 발음한다. 네이버 사전(혹은 다른 웹사전이라도)을 이용하시는 분은 실제로 한번 발음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fan의 f와 fry의 f는 둘다 발음기호로는 f지만 앞쪽은 "빼(ㅎ)은"으로 발음하고, 뒤쪽은 "프(ㅎ)롸이"다.(비교 : van과 vanish는 둘다 "배(ㅎ)은"과 "배(ㅎ)니쉬"로 발음한다. 즉 b,f자음은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v,p는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없었다.적어도 내가 아는 경우로는).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한국인이 서로 완전히 다른 두소리라고 인식하는 소리를 영어 사전은 동일한 발음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사전보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절대 제대로 된 발음이 안 나온다.

 

r과 l을 구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 영어 선생님들 r은 원순모음에 붙여서 발음하거나(루,로처럼) 어(ㄹ)로 발음하고, l은 "을"로 발음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lice,rice는 "을(아)이스,루(아)이스"이고, pool,poor는 "푸을,푸어(ㄹ)"로 발음하라고들 말씀하신다. 그런데, 곰곰히 살펴보면, l과 r이 완전한 자음만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고, "우,어,으" 같은 모음에 붙어야만 구별할 수 있다는 걸 알수있다. 다시말해 순수한 자음부분인 "ㄹ"만 떼서보면, 미국애들도 구별 못한다는 거다.특히 음성통화 같은걸로 많이 쓰이지 않는 사람이름을 불러주면, 반대쪽에서 듣는 사람은 r과 l을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root와 loot의 경우는 사실상 같은 발음이다. 앞쪽은 "루(우)트"이고 뒤쪽은 "을(우)트"인데 이렇게 r이나 l이 원순모음 "우"랑 결합하는경우는 듣는 사람 귀에는 둘다 "루우트"로 밖에 안들린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jew와 zoo는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쥬"와 "주"로 발음하는데 미국인들에게 "주"라고 하면 zoo가 아니라 jew로 알아듣는다. 정확하진 않지만 발음기호 z는 "ㅈ으로 시작해서 약한 ㅅ으로 끝나는 자음"인것같다.그러니 zoo는 "주"가 아니고 "즈(스)우"에 가까와 보인다.

 

 

2.거기에 더해서 관습적인 발음규칙들

 

  produce는 "프루어듀스"일까 "퍼(ㄹ)듀스"일까? maintenance는 "메인터넌스"일까 "메이넌스"일까? 사전발음이야 물론 앞쪽이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듣게 되는 발음은 거의 뒤쪽이다. 영어를 자가 학습하는 사람이 절망하게 되는 경우 중 하나가 이런건데, 이런 건 사전에도 없다. "maintenance bay(메이넌스 베이)"가 메이넌스 항이 아니라 "유지 보수 구역"이란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 어떤사람(굳이 나라고는 말 못하겠지만)들은, 4대강 개발이나 대운하파기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삽질을 거듭해야만 한다. 이게 정말 공부하는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 사전에 없는 걸 추측과 경험만으로 알아내려면, 무지막지한 삽질-그것도 대부분은 헛삽질-이 항상 필요한 법이다.

 

 

3. 거기에 또 더해서 말도 안 되는 영어의 끊어 읽기

 

 팝송을 듣다보면, 사전발음에 맞춘 발음이란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종종 느낀다.소리 자체만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다."mondegreen"이란 신조어는'다른 단어로 대상을 묘사해 노래가사나 문장을 잘못 나타내는 경우'를 뜻하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 있다.

 

 몬데그린은 스코틀랜드 발라드 중 '그를 풀밭에 눕혔어요(laid him on the green)'라는 가사가 '레이디 몬데그린(Lady Mondegreen)'으로 오역된데서 생겨난 용어다.록그룹인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노래 가사 중 '기분 나쁜 달이 뜨고 있어요(There's a bad moon on the rise)'를 '오른편에 욕실이 있어요(There's a bathroom on the right)'로 지미 헨드릭스의 '보라빛 연기(Purple Haze)' 중 '하늘에 키스할 동안만 잠깐 실례(Scuse me, while I kiss the sky)'라는 가사를 '이 남성에게 키스할 동안만 잠깐(Scuse me, while kiss this guy)'로 오역한 경우도 있다.

-뉴시스의 과거기사"영어사전에 등재된 소주"중에서 발췌-

 

 사례들을 잘 보면 느끼겠지만, 한글처럼 띄어읽기가 분명한 언어에서는 이런 몬데그린은 발생하기 어렵다. "laid hi + m on the green"으로 읽었다는 말이 되는데, 보면 알겠지만, him이란 단어를 쪼개서 앞뒤로 붙여 읽은거다. "the s + ky"는 sky란 단어 한가운데를 쪼개서 "this guy"가 돼버렸다. 이런 현상이 노래가사에서만 있다면 모르겠는데, 미국인과 빠른 속도로 대화해 보거나, 혹은 cnn방송같은 공식적인 매체를 봐도 거의 일상적으로 이런현상을 체감할 수 있다. 즉 이런 띄어읽기 완전 무시가 노래가사에만 있는게 아니라는거다. 사실 영어공부를 해보면, 이부분이 발음 자체를 구별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

 

 

-결론 : 그래서 이자식아 어쩌라는 거냐?라는 분들께-

 

 

 영어공부하는 한국인들 대개 10년이상 영어에 대고 삽질한다. 그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토익도 900은 가뿐하게 넘어간다. 그런데도, 영어 실력은 형편없는걸 넘어서 바닥을 긴다(뭐, 나도 영어를 잘해서 이딴 소리를 늘어 놓고 있는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이게 배우는 사람들 잘못이 맞는가? 이말이다. 미국인들이 한국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 보면, 해당 언어 발음을 사전의 발음기호가 아니라, 영어로 풀어써서 공부한다. 한글은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면, 왜 안되는가? 영어가 한국인에게 어렵다면, 한국어도 미국인에게는 어렵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CSI의 길 그리썸 반장이 한 말이 있다. "영어는 46개 음소로 구별된다"고 범죄수사시설에서 범죄자나 신고인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음소가 46개밖에 안 된다는 거다. 그러면, 한국인이 영어를 공부할 때, 미국인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이 46개 음소만 구별해서 표현할 수 있으면 의사전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거다. 얼마전에 어린쥐 어쩌구 하던 어떤 된장녀가 결국 욕만 먹고 쫒겨난 일이 있었다. 사실 어린쥐란 발음이 정확한지도 좀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건 이 아줌마가 이걸로 영어장사를 해먹으려고 한게 잘못이지 시도자체가 나쁜건 아니라는 말이다. 이걸로 외래어 표기법을 바꾸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국제 음성 기호 어쩌구로 만들어진 사전발음만이라도 한글 표기 방식으로 정확하게 교정해서, 영어 뿐만이 아니고, 다른 어떤 외국어도 손쉽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 아닐까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영어가 특권인 나라다. 영어할줄아는 백인 쓰레기가 황제처럼 살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란 나라다.심지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들 사이에서는 원정출산과 미국국적이 필수나 다름없다.세종대왕께서 말씀하시길 어리석은 백성이 뜻을 표현하고자 해도, 그뜻을 이룰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글을 만드셨다고 했고, 과연 한글은 오늘에 와서 그 합당한 뜻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원래 창제된 뜻과 같이 지식이 특권인 사회를 타파하는 용도(영어 자체를 좀더 공부하기 쉬운 언어로 만들어버리는 용도)로 한글을 사용하면 정말 안 되는 걸까? 물론 이런 작업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다. 어떤게 정확한 발음인지 밝히는 것부터가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고, 미국인들의 관습적 발음이나 끊어읽기 같은 것까지 파악하고 고려해서, 영어사전이나 공용교재를 만든다는 게 정말 엄청난 일일 거라는 건 짐작할 수있다.

 하지만, 무에서 한글을 창조한 500년전 조상님들에 비해 더 발전된 장비와 기술, 더 신속한 의견 교환 수단을 갖고 있는 우리가 한글 창제에 비하면, 훨씬 작은 사업임에 분명할 정확한 한글식 외국어표기조차 만들어 낼수 없다면, 그건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영어따위가 왜 필요하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으시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강자와 약자간에 이루어지는 부실한 의사소통은 항상 약자쪽에 더 많은 고통을 안기는 법이라고.지난, 쇠고기 협상때의 쪽팔림을 생각해보라고. 한나라의 외교통상을 대표해서 나간 부서가 스스로 번역을 잘못했다고 인정할 만큼 국가와 국민의 영어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작게는 쪽팔림을 넘어서 국가의 격을 낮추는 일이고, 크게는 나라를 팔아먹고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역도같은 놈들이 국민들이 영어를 잘 모른다는 점을 특권으로 이용해서 마음놓고 날띌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국가에선 쓸데 없는 삽질 그만하고, 쓸데없는 행정 인턴 같은거 그만 만들고, 국가적인 사업으로 국민들하고 힘을 모아서 외국어의 정확한 한글식 표기법을 만드는 작업 같은 데, 힘써주면 안 될까? 한글날 맞아서 한번 해본 생각이다. 그리고 한마디만 덧붙이면, 자장면 표기좀 짜장면으로 다시 바꿔주면 한다. 국어학회의 그넘에 되지도 않는 파벌싸움때문에 생긴 이상한 표준어를 왜 국민들이 억지로 써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바꾸려면 짬뽕도 잠봉이라고 바꾸던지 원)

 

댓글 2개:

  1. 매우 뒷북이지만 l과 r발음은 확실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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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뭐 이론상으로는 애와 에 발음도 다르고, 얘와 예발음도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쓰고 다르게 읽는거랑 이거 구별하는거랑은 완전히 다른문제죠.

    저도 r하고 l이 같은발음이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구별이 쉬운 경우가 있는 반면 솔직히 거의 구별이 안되는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시험삼아 만든 블로그다 보니 댓글이 달린걸 오늘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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